본문 바로가기
  • 그림자를 남겨 비로소 빛으로 나아가는
Review/Social Topic

Penguin Meme

by Nineforone 2026. 1. 27.

Why the fuck is this penguin heading toward the mountain, not the ocean?


본능을 거스르는 모험 정신을, 자유의지로 택한 험난한 길을 굳세게 헤쳐나가는 꺾이지 않는 마음
펭귄 따위의 동물에게서 영감을 받게 만드는 이 펭귄 밈


1. 긍정적인 밈일까

내가 기억할 수 있는 밈의 시대 초창기에는 신조어 내지는 유행어의 형태로 헬조선, OO충 같이 부정적인 것들이 많았다.

그래서 "오히려 좋아" 같은 밈이 나왔을 때 대중들은 긍정적인 사고를 가능하게 만들어준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최근에 김동현 선수의 밈도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동기부여를 주는 긍정적인 밈의 일종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펭귄 밈도 긍정적인 밈으로 볼 수 있을까?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시작된 것이지만 긍정/부정 분류는 가능하니까 그 부분은 넘어가자

AI의 발전, 극을 향해 치닫는 국제 정세, 지속되는 불경기 속에서 무력함이 사회 전반에 깔려간다..
대중의 마음에 드리운 실존주의적 허무감과 두려움이 '자유의지'에 대한 의심을 피우기 시작할 즈음, 이 펭귄을 본다.

짐승에 불과한 이 개체가 안전한 무리를 벗어나고, 먹이가 있는 바다가 아닌, 정반대인 산을 향해 나아간다.
심지어 무리로 돌려놔도 또다시 산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한다.

자유의지, 자기효능감, 동기부여  등에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그 펭귄을 보고 자극을 받을 것이다.

"아, 저 펭귄도 미지의 세상을 두려워하기보다 용기를 내어 나아가는데... 저런 면은 배워야겠구나"
까지는 아니어도 분명 감동이 느껴졌을 것이다.

낭만

이 느껴졌을 것이다.


2. 프로파간다 의심

이 밈을 알게 되었을 때 나의 맨 처음 반응은 평소와 같았다.

뭐지, 이건 또 무엇을 암시하는 것이고, 어떤 생각을 심어주는 프로파간다인가?

그리고 대중들의 반응을 확인해봤다. (그 반대로 받아들여보기 위해서이다.)

당연히 대부분은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상당수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앞서 말한 감동낭만을 느낀 듯 보였다.
심지어 "Just do it"과 연결하며 도전 정신에 대해 더 깊은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소수의 사람들은 "우린 그저 외로운 펭귄인 것 같아" 식의 허무를 보였고,
극소수의 사람들은 "저 펭귄 죽으러 간거임" 같은 사실관계를 밝히며 냉소를 보냈다.

미국인들도 우리나라와 별반 다를 것 없었다.
이 펭귄 밈은 우리에게 좋은 자극과 울림을 준다는 면에서 긍정적인 밈으로 받아들였다.

그렇다면 이 밈에 대한 내 첫인상은 부정적인 것이다.
대중의 평가가 부정적이라고 해서 첫인상을 긍정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지만
대중의 평가가 긍정적이라면, 나의 첫인상은 부정적으로 새겨진다.
오래된 일방향 반골 기질이다.

자유의지에 대한 허상?
혹은 자유의지, 도전정신에 잘 현혹되는 타깃에 대한 프로그래밍?
타깃이라 함은 아마도 남성, 그 중에서도 백인 남성.
유해한 남성성으로 연계되는 프레임 설계의 일환인가?

백인 남성 나치찬양 총기옹호 극우 범죄자가 펭귄 밈을 언급하며 범죄를 정당화하는 상황까지 발생시키며,
자유의지와 개척 정신으로 포장한 타깃들의 잠재적 위협을 주창하는 것까지 이어지는건가?

즉, 대중에게 자유의지와 같은 낭만을 충전시켜주는 듯한 이 밈을 통해 결과적으로 통제를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자유의지에 惡한 프레임을 씌우는 것인가?

소설을 쓰고 앉아 있다.
음모론에 빠져 사는거 같다.

모든 밈이 치밀하게 설계된 프로파간다라는 것이 아니고
역정보와 공수레를 걸러내며 숨겨진 의도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이 펭귄 밈에는 분명 음모가 숨어 있다고 생각했다.


3. 프로파간다 확신

1월 23일, 백악관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에 올라온 사진. 성조기를 든 펭귄과 트럼프가 그린란드 깃발이 걸린 산을 향하고 있다.

앞에서 소설을 쓴 것은 틀렸다. 아니 분명 그런 노림수도 있을 수는 있다.
다만 펭귄 밈의 주된 역할은 그게 아니었다는 것은 확실해졌다.

위 사진의 백악관 인스타그램 포스트에는 다음 캡션이 달려있다.

Embrace the penguin

지금 세계는 전간기(戰間期)에 놓여있다.
트럼프는 그린란드를 노골적으로 노리고 있다.

북극항로의 패권을 두고 미국, 러시아, 중국, 유럽의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미국은 곧 진짜로 시작될 전쟁을 대비하고 있는 것 같다.
의도적으로 대중의 시선을 북극으로 집중시킨다.

자칫하면 '영토 강탈', '제국주의의 부활' 같은 부정적인 수식어를 뒤집어쓸 리스크가 있었다. 아니 이미 진행중인 리스크였다.

그런데 여기서 나 같은 일개 소시민도 알 수 있는 북극해 패권에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전에

자유의지, 개척정신, 저항정신, 도전정신

뭐라고 표현하든 본질 자체가 낭만적인 이 펭귄을 통해 북극으로 향하는 탐욕낭만화시키려는 프로그래밍을 선행한 것이다.

그렇게 펭귄 밈이 대중들의 머릿속에 각인되면 (= 프로그래밍되면)
(밈 소비를 위한 개인적 해석이 아닌 그 의미가 새겨지는 것이다.)
본격적으로 프레임을 선점해가는 것이다.
23일 백악관이 한 것처럼.


Embrace the war


 
 

반응형